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류를 위협하는 거대한 혜성이라는 설정 아래, 미디어의 부조리와 정치권의 무능, 과학의 경시 그리고 대중의 무관심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병폐를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이 영화는 그 화려한 배우진만큼이나 메시지 또한 강력하고, 보는 내내 웃기지만 동시에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번 글에서는 ‘돈 룩 업’의 세계관과 감독, 그리고 주요 줄거리를 통해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했던 깊은 의미를 살펴본다.
세계관 -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블랙코미디
‘돈 룩 업’의 세계관은 얼핏 보기엔 허무맹랑한 재난 영화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사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혜성을 발견한 두 천문학자가 인류에게 경고하지만, 정작 이들의 목소리는 정부와 미디어에 의해 묵살되거나 조롱당한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과학적 허구가 아니라, 실제 기후 위기나 팬데믹 같은 전 지구적 위기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반응을 정밀하게 패러디한 것이다. 영화 속 사회는 과학자의 논리보다 정치적 계산, 데이터보다 감정, 진실보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더 우선시한다. 사람들은 SNS와 예능에 빠져있고, 지도자들은 위기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 혜성이 실제로 눈앞에 보일 때까지도 사람들은 "그걸 보지 말자(Don’t Look Up)"고 외치며 현실을 부정한다. 이는 현실에서 기후 위기나 과학적 경고를 부정하는 흐름과 매우 닮아 있다. 영화는 이렇게 현재 사회의 모습을 과장되게 확대함으로써, 블랙코미디 형식을 통해 더 강력한 풍자를 완성한다.
감독 - 아담 맥케이의 진화한 연출력
‘돈 룩 업(Don't Look Up)’은 아담 맥케이 감독의 작품으로, 그는 이미 ‘빅 쇼트(The Big Short)’와 ‘바이스(Vice)’ 등을 통해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온 감독이다. 특히 경제와 정치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날카롭게 풀어내는 데 능하며, 이번 영화에서도 그 연출력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아담 맥케이는 코미디적 요소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무거운 주제를 숨겨놓는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특히 강조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는 실제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구에 대한 경고를 무시하고 있으며, 정치와 미디어는 이런 외면을 더욱 부추긴다”라고 언급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어딘가 어긋나 있다. 대통령은 오로지 자신의 지지율에만 관심이 있고, 언론은 뉴스의 본질보다 시청률을 쫓으며, 기업가는 인간의 생명보다 자사의 기술력과 이익을 우선시한다. 아담 맥케이는 이러한 왜곡된 현실을 재치 있으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낸다. 특히 극 중 일부 장면에서는 다큐멘터리처럼 실제 자료 화면을 삽입하여,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게 진짜 영화일까, 현실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줄거리 - 웃음과 절망이 공존하는 이야기
영화는 미시간 대학교의 천문학 박사과정 학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와 그녀의 교수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거대한 혜성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이 혜성은 정확히 6개월 후 지구와 충돌하게 되어 있으며, 충돌 시 인류는 멸망하게 된다. 이들은 즉시 백악관에 경고하지만, 미국 대통령 오를 린(메릴 스트립 분)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한다. 결국 두 사람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실을 알리려 하지만, 미디어는 이를 가십거리처럼 다룰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랜들과 케이트는 점점 좌절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 랜들은 유명 인사가 되어버리고, 결국 그도 시스템에 편입되지만, 끝내 본인의 양심에 따라 다시 싸움을 시작한다. 반면 케이트는 무력감 속에서도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마지막을 준비한다. 영화는 최후의 순간,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장면을 담담하게 그리며 마무리된다.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친구들이 손을 맞잡고 있는 장면은 영화 내내 보여준 혼란과 대조적으로 매우 조용하고 평화롭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이 세상을 어떻게 마주하고, 어떤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가.”
결론
‘돈 룩 업’은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풍자극이자,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경고다. 감독 아담 맥케이는 웃음을 유도하면서도,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이 영화를 보며 웃음과 동시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한 증거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위로 올려다보는 것’이다.